미국 스탠턴대학교에서 온라인으로 MBA 수업을 들은지도 반년이 다가오는 것 같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평가가 이루어지다보니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방식과 차이는 있다. 스탠턴 대학교(Stanton University) MBA 프로그램은 일단 책을 보고 익힌 다음에 문제를 풀고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방식을 선호한 이유는 내가 현재 일을 해야하는 환경에서 이 수업 방식이 가장 최선이기 때문이다.
원가 관리와 마케팅 과제를 하다가 갑자기 학부 시절이 떠올랐다. 서울대 입학은 20여년 전에 했었는데 확실히 지금과 다른 것 같다. 내가 입학할 때는 학부로 입학했었고 1학년 성적으로 2학년때 전공진입을 선택했었다. 1학년 성적이 안 좋으면 2학년 때 내가 원치 않는 과로 배정되어 졸업까지 듣기 싫은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일을 주변에 봤었다. 그리고 현재는 서울대 인기가 많이 식은 것 같았는데 내가 입학할 시점과 많이 다른 것 같다.
오랜만에 내가 들었던 수업이 뭐가 있는지 궁금해서 "서울대 포털"에 입장해 보았다. 화면도 바뀌었고 로그인 시스템도 달라졌다. 과거에 비해 깔끔해진 것 같은데 과거 20여년 전 정보가 그대로 있어서 내 옛날 핸드폰 번호도 오랜만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때 들었던 수업 내용은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고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수업 듣고 과제하고 놀러가고 잡담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래도 재무쪽 수업은 몇개 들었었고 회계랑 재무에 관심이 생겨서 금융기관에 취업해서 현재까지 그 경험을 기반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그 친구들은 대부분 비슷한 직업을 갖고 있다. 내가 아는 친구들의 절반은 변호사, 검사, 판사를 하고 있고 나머지 중 일부는 교수, 회계사, 대기업 또는 공기업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최근에 우연히 중학생이랑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서울대 가도 쓸모 없어요. 어차피 취업도 안되구요. 인플루언서되거나 연예인되서 돈 벌면 그게 최고예요." 라고 이야기를 했다. 내가 살었던 시절과 지금 시절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내가 서울대 학부 입학하고 졸업하던 시점에는 현재 시점에 굉장히 유사한 삶의 형태를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생 친구가 나중에 좀더 크면 동질 집단의 결과가 어떤지 나중에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Cost management와 Global marketing과제를 하다가 옛날 연수기억이 떠올랐다. 금융기관에 재직하면서 한국금융연수원에 정기적으로 시험을 치러 갔었는데 그 때 배웠던 내용들이 있었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원가회계, 관리회계는 사실 쓸모가 없었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고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책으로 공부하고 근처 공립학교에서 시험쳤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다행인지 Cost Management 원가 관리 책은 이해하기 수월했다. 교수님이 내주신 과제를 찬찬히 따라가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계산을 해보니 재밌었다. 원가 회계는 어쩔 수 없이 계산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과제는 계산과 관련이 없지만 책 자체는 계산을 주로 다룰 수 밖에 없다. 재밌는 점은 과거에는 원가 회계, 원가 관리를 한국어로 익혔지만 지금은 영어로 익히고 영어로 숙제를 해야하는 것이다. 이제는 영어로 설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는 언어에 따라 내용 설명이 달라지는 것을 몸소 느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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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개별원가계산 Job-order costing system 과 종합원가계산 Process cost system이 있다. 이 두가지 계산방법은 사실 차이가 있는데 이유는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 때문이다. Job-order costing은 한 개 물건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재료가 다른 물품을 생산하는데 동시에 개입되지 않는다. 간단히 생각하면 한 물건을 생산하는데만 집중하면 되는 방식이다. 그런데 종합원가계산은 좀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UOP라는 개념도 등장하고 계산할 때 개념에 따라 다르게 처리해야 하는 것들이 등장한다. 막상 계산 문제로 등장하면 신경써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MBA 테스트에서 이런 것은 잘 물어보지 않았던 것 같다.
MBA과제에서 계산 문제에 목숨을 걸지 않는 이유를 추측해보면 MBA의 목적이 계산 잘하는 주니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을 잘 할 수 있는 경영인이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마케팅은 Case study를 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책을 읽고 사례를 파악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나한테 Research를 통해 사례 연구를 하는 것이 더 쓸모 있다는 생각을 했다. Global Marketing이란 제목 때문에 뭔가 세계적으로 되어야 하는 압박이 있었다. 그런데 수업을 따라가다보니 내가 세계화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들었고 이미 세계화를 이룬 회사 사례를 보면서 내가 어떤 것을 차용하고 어떤 것을 주의해야할지 판단하면 되었다. 마케팅이라고하면 "Advertisement", "Promotion"만 강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수업을 따라가다보니 "Cost allocation", "Strategy", "Regulation"에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결국 물건과 서비스를 파는데 단순히 광고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망한 사례를 보는 것이 나에겐 성공 사례보다 더 도움이 되었다. 재밌는 점은 어느 누구도 망한 사례를 본인 스스로 언급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강제로 공개된 망한 사례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망했냐 안 망했냐 여부는 외부인이 객관적으로 평가를 해야하다보니 매출액, 순이익, ROA와 같은 숫자로 증명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회사의 생존 여부를 가르는 것은 마음속의 응원이 아니라 고객이 써준 돈, 그리고 그 돈을 사용한 방법에서 갈리기 때문이다.
MBA수업을 온라인으로 하면서 Networking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좀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온라인 MBA가 활성화되는 시점이 되면 학교측에서 따로 준비를 해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미국에 내년에 업무차 한번 들어가니 그 때 학교에 들려서 Staff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될 것 같다.
내가 과거 미국에서 유학할 때 Woke Culture (깨시민 문화) 때문에 호되게 당한적이 있어서 그런지 학교가 이런거 강요 안하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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